오늘 아침에 있던 일입니다.
1찍 일어나 사전투표하러 갔습니다.
시각장애인은 점자 보조 용구에 투표지를 끼워서 투표를 합니다.
그런데 원하는 후보 칸이 어디있는지 확인할 수는 있지만 용구와 용지가 잘 맞았는지, 도장은 제대로 찍혔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.
그래서 저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옆에서 확인해 줄 사람과 같이 기표소에 들어갑니다.
여느 때처럼 가족을 대동하고 투표소에 가서 복지카드 보여주고 점자용구 받아서 기표소에 들어가려고 하니까……
선관위 직원처럼 보이는 분이 혼자 들어가라고 하더라고요.
“점자 읽을 수 있으시죠?”
“네.”
“그럼 혼자 들어가서 투표하셔야 하는데.”
“네? 그동안은 가족이랑 같이 들어갔는데….”
“그럼 안 되세요. 비밀 선거 원칙 때문에 혼자 들어가셔야 돼요.”
비밀 선거……
비밀 선거는 내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익명성을 지켜주는 개념인데?
선거인 본인이 점자 용구만으로 투표하기 불안해서 동행인 대동하겠다는데 이게 왜 비밀 선거에 위배된다는 거지?
내 표가 사표가 될 위험이 있는데 비밀 선거 때문에 혼자 기표해야 한다면 오히려 내 선거권이 침해당할 수 있는 거 아닌가?
하지만 다행히도 이럴 땔 대비해서 필살기를 준비해왔습니다.
“공직선거법 157조 6항에서 시각이나 신체에 장애가 있으면 보조인을 동행할 수 있게 되있는 걸로 아는데요.”
“점자 읽을 수 있으시죠?”
뭐지? 롤백됐다! ㅋㅋ
“……?”
“점자 읽을 수 있으시면 보조 용구 사용해서 직접 도장 찍으셔야 돼요.”
“찍는 건 제가 직접 보고 하죠. 그럼 같이 들어가는 건 괜찮죠?”
“네 같이 들어가시기만 해야 돼요.”
사소한 실랑이가 있긴 했지만 무사히 투표했습니다.
후~ 투표 하나 하자고 공직선거법까지 알고 있어야 하다니……
그렇다고 그 직원 분이 잘못한 건 아닙니다. FM대로 대응했을 뿐이니까요.
여러분 혹시나 투표장에서 누가 몸이 불편해 보이는 사람 기표소로 대리고 들어가는 거 보셔도 당황하시면 안 됩니다. 그거 부정선거 아닙니다 ㅋㅋㅋㅋㅋ
공직선거법 제157조
⑥선거인은 투표소의 질서를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이와 함께 투표소(초등학생인 어린이의 경우에는 기표소를 제외한 다)안에 출입할 수 있으며,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. <개정 2000. 2. 16., 2004. 3. 12.>